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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7 vs r8
......
108108
109109
110110== 내용 ==
111신은 인간을 만들었으나, 그 마음에 '결핍'을 남겨두었다. 그 결핍은 탐욕이 되었고, 거짓이 되었으며, 때로는 폭력과 지배가 되었다. 그러나 신은 그 결핍이 인간의 '자유'와 맞닿아 있음을 알고,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질 수 있는 존재로 두기를 택했다. 즉, 신은 인간에게 죄를 지을 자유를 허락했다. 그러나 인간이 만든 공동체는 결국 그 결핍으로 무너져 내렸다. 이에 신은 새로운 질서의 씨앗을 심었다.
112
113>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을 들어 왕을 삼고,
114> 또 한 사람을 들어 그 왕을 돕게 하리라.”
115
116왕은 인간이 죄를 짓지 않도록 길을 제시하고 법을 세우는 자. 예언자는 신의 말을 듣고, 그 왕에게 그 길을 속삭이는 자. 왕은 질서의 손이며, 예언자는 신의 눈이다. 이 둘이 함께 있을 때에만 나라가 똑바로 설 수 있고, 사람들은 죄를 짓지 않아도 되는 법을 배운다. 예언자는 미래를 보는 자가 아니다. 그는 오히려 ‘현재를 잊지 않는 자’다. 인간이 어떤 죄를 지어왔는지, 그 죄가 다시 반복되지 않으려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왕에게 알려주는 자다. 예언자는 직접 권력을 가지지 않는다.
117그는 오직 왕을 돕는다. 그래서 진정한 왕은 예언자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진정한 예언자는 왕에게 충고할 용기를 가진다. 그러나 많은 왕들은 예언자의 말을 두려워하거나, 혹은 불편해했다. 어떤 왕은 예언자를 추방했고, 어떤 왕은 그를 조작하려 했으며, 어떤 왕은 예언자를 흉내 내 스스로 신이 되려 했다. 결국 예언자들은 사라지고, 그들을 기억하는 기록만 남았다. 사람들은 신화라 부르며 웃었다.
118
119
120한 예언자의 마지막 문장은 다음과 같다.
121
122> “나는 왕을 만들지 않는다.
123> 나는 왕이 길을 잃지 않게 할 뿐이다.”
124
125> “왕이 없는 나라가 피를 흘리고,
126> 예언자가 없는 왕은 피를 마신다.”
127
128=== 1장 – 신의 목소리 ===
129태초에 어둠이 있었고, 어둠은 말이 없었으며,
130그 위에 신의 숨결이 지나가니,
131침묵은 산산이 부서지고
132말씀이 처음으로 땅에 떨어졌도다.
133
134그 말씀이 곧 예언이었고,
135예언은 이르기를,
136“이 땅 위에 빛이 있으리라,
137그리고 그 빛을 따라 왕국이 세워지리라.”
138
139=== 2장 – 선택 ===
140산과 바다, 별과 피를 지나
141하늘은 한 사람을 가리켰도다.
142그는 말없이 서 있었고,
143땅은 그의 발 밑에서 조용히 갈라졌으며,
144하늘은 그의 머리 위로 내려왔나니,
145
146예언자는 그를 보고 말하였다.
147“이제 신이 너를 부르신다,
148왕이여, 그 부름에 응하라.”
149
150=== 3장 – 언약의 기록 ===
151예언자는 열두 밤의 기도를 바쳤고,
152열세 번째 밤에 불이 산을 태웠도다.
153불 가운데 음성이 있어 이르되,
154“이 백성에게 왕을 주노라,
155왕은 칼이 아니라 마음으로 통치하리라.”
156
157예언자는 불의 재를 모아
158왕의 면류관을 만들었고,
159그날 하늘은 한동안 고요하였다.
160
161=== 4장 – 첫 번째 왕관 ===
162
163왕은 머리를 숙였고,
164예언자는 그 머리 위에 면류관을 얹었나니,
165그 면류관은 금이 아니라 약속으로 이루어졌고,
166그 무게는 권력이 아니라 믿음으로 정해졌도다.
167
168백성은 환호하였고,
169신은 잠시 눈을 감으셨도다.
170
171=== 5장 – 빛의 시대 ===
172
173왕국은 처음에는 작았고,
174밀 이삭처럼 소박했으나,
175사방에서 빛이 모여들었도다.
176왕은 정직하였고,
177백성은 안식하였으며,
178
179예언자는 멀리서 그들을 바라보며
180홀로 노래하였도다.
181
182“이제는 잠시 평화가 있을지니,
183그러나 이는 길지 않으리라.”
184
185=== 6장 – 불길한 씨앗 ===
186왕은 칭송받았고,
187예언자는 잊혀져 갔도다.
188신은 다시 말씀하지 않으셨고,
189사람들은 그것을 진보라 불렀도다.
190
191그러나 밤마다 들녘에 짐승이 나타났고,
192예언자는 꿈속에서 검은 왕관을 보았나니,
193그 왕관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으나
194이미 누구의 머리에 얹힐지 정해졌도다.
195
196=== 7장 – 무명의 경고 ===
197바람은 방향을 바꾸고,
198물은 역류하며,
199예언자는 다시 목소리를 높였으나
200아무도 듣지 않았도다.
201
202“경고하노라, 그대들 가운데 왕이 자라나되,
203그 뿌리는 신이 아닌 욕망에서 비롯되었나니,
204그는 너희를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
205
206=== 8장 – 만남 ===
207예언자는 그를 다시 만났고,
208그는 여전히 왕이었으나
209눈빛은 달라졌도다.
210왕은 예언자를 보고 말없이 웃었고,
211그 웃음은 오래 전의 햇빛 같았으나
212그 끝에는 그림자가 있었도다.
213
214=== 9장 – 불의 마음 ===
215예언자는 말하였다.
216“당신을 위해 기도하지 않을 것이다.
217나는 신에게서 멀어졌고,
218당신은 이미 신보다 나를 믿고 있으니.”
219
220왕은 대답하지 않았고,
221다만 손을 내밀었으나,
222그 손엔 피가 묻어 있었도다.
223
224=== 10장 – 고백 ===
225“당신이 왕이 아니더라도 나는 당신을 따랐을 것입니다.
226그러나 이제 나는 당신을 따르지 않습니다.
227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228그래서 이제, 나는 당신 곁에 있지 못합니다.”
229
230예언자의 눈물은 흙을 적셨고,
231왕은 그 눈물을 보지 않았도다.
232
233=== 11장 – 밀약 ===
234왕은 새로운 언약을 맺었고,
235그 언약에는 신의 이름이 없었으며,
236그 서약서에는 짐승의 피가 묻어 있었도다.
237
238예언자는 다시 성소에 들어가지 않았고,
239왕은 더 이상 기도를 올리지 않았도다.
240
241=== 12장 – 이별 ===
242마지막 밤, 예언자는 침묵하였고,
243왕은 한 마디 말 없이 등을 돌렸도다.
244그 밤은 길었고,
245서로를 잊는 데 수백 번의 새벽이 필요했도다.
246
247=== 13장 – 타락의 첫날 ===
248왕은 예언자를 떠나
249더 큰 권력과 더 많은 찬양을 원하였고,
250그의 손은 다시 칼을 쥐었으며,
251그 칼은 혈육을 향했도다.
252
253=== 14장 – 침묵의 제단 ===
254왕의 아들은 기도하다 죽었고,
255그 피는 예전 성소의 문지방에 닿았도다.
256예언자는 입을 다물었고,
257하늘은 다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나니,
258그것이 신의 대답이었도다.
259
260=== 15장 – 거울 속의 왕 ===
261
262왕은 거울을 보았고,
263그 속에는 자신의 얼굴이 없었으며,
264짐승의 형상이 천천히 스며들고 있었도다.
265
266=== 16장 – 외면된 자들 ===
267백성은 굶주렸고,
268아이들은 이름 없는 자로 태어났으며,
269왕은 거듭된 재앙을 앞에 두고도
270오직 자신만을 위하여 울었도다.
271
272=== 17장 – 성소의 마지막 등불 ===
273성소의 불이 꺼졌고,
274예언자의 자리는 비어 있었으며,
275왕은 그 자리를 차지하려 했으나
276그곳에는 앉을 수 없었도다.
277
278그것은 그를 위한 자리가 아니었으므로.
279
280=== 18장 – 칼 아래에서 ===
281
282마침내 왕은 자식을 다시 보았고,
283그 아이는 말이 없었으며,
284그 눈은 하늘을 향해 닫혀 있었도다.
285
286예언자는 멀리서 바라보다
287오래된 언약서를 불태웠도다.
288
289=== 19장 – 침묵의 왕관 ===
290왕은 검은 왕관을 썼고,
291그 왕관에는 보석 대신 가시가 박혀 있었으며,
292그 무게는 아무도 대신 져줄 수 없었도다.
293
294그때 예언자는 마지막으로
295그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나니,
296그 이름은 이제 저주였기 때문이로다.
297
298=== 20장 – 망국의 시작 ===
299지배를 원하는 자들아 너희를 위한 왕을 세우라,
300그가 너희를 밟고 높이 서리라.
301
302황금이 익어가는 것에 만족하라,
303너희가 빼앗긴 것의 유일한 보상이니.
304
305귀가 멀고 혀가 잘려도 애통치 말라,
306망국이 머지않았도다.
307
308왕관의 보석이 흩어지면 가시에서 짐승이 나리라,
309가시 먹은 짐승은 왕국을 멸하여 마지막 왕자가 되리라.
310
311=== 21장 – 사라진 노래 ===
312아이들은 더 이상 노래하지 않았고,
313성가는 침묵하였으며,
314예언자의 이름조차 기록되지 않았도다.
315
316왕국은 남아 있었으나,
317그 왕은 존재하지 않았도다.
318
319=== 22장 – 돌아온 왕 ===
320죽음이 다가왔을 때,
321왕은 예언자를 다시 찾았도다.
322그는 쓰러진 채 얼굴을 가리고 말하였다.
323
324“내가 죄를 너무 많이 지었노라.
325나를 죽여다오.”
326
327예언자는 검이 아닌 입술을 내밀었고,
328왕의 마지막 눈물 위에 키스하였도다.
329
330=== 23장 – 마지막 예언 ===
331"울지 말아요. 당신의 업이 깊어도 영원치는 않으니."
332이것이 내 마지막 예언임을 확신하며 입을 맞춥니다.
333
334"시대의 시작이 당신이듯 시대의 끝 또한 당신. 또 다른 당신이 매듭을 지을 겁니다."
335예언의 마디마디에.
336
337"그 역시 당신처럼 가시를 먹지만 괜찮아요. 그에게는 또 다른 내가 찾아갈 테니."
338사랑하던 이의 입술에.
339
340"그들은 우리를 닮아서 우리처럼 사랑하겠지만 우리 같은 잘못은 하지 않죠."
341독을 머금은 왕의 입술에.
342
343"그래서 그들은...."
344왕에게서 눈물과 독을 덜어온 나는, 아무도 듣지 못하게 마지막 예언을 속삭입니다.
345
346그것은 비밀이 되어 허공에 흩어졌고,
347모든 것을 털어놓은 나는 흐려진 왕의 눈에 마지막으로 입을 맞췄습니다.
348
349"그러니 이제 쉬세요, 나의 왕."
350그것으로 왕은 죽고, 예언하는 나는 마지막으로 보았습니다.
351
352먼 훗날, 우리를 닮은 당신들이 새로이 만나는 것을.
353
354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당신들은 간절함도 그리움도 없이 서로를 경계하지만,
355그 만남의 의미를 사무치게 아는 나는 동떨어진 시간 속에서 홀로 웁니다.
356
357사랑스러운 이들이여, 당신들을 위해 내 마지막 예언은 시간에 파묻습니다.
358
359과거로부터 이어진 예언이 현재를 물들여도 미래는 온전히 당신들의 것,
360나는 내 입을 막고 과거의 망령이 되어 단지 바랍니다.
361
362가시왕관의 찬란함 앞에서,
363'''부디 우리처럼 길을 잃지 마시길.'''
364
111365=== 배경 ===
112366=== 저자에 관하여 ===
113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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